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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_NO: NC-3

지구라는 행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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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광막한 우주의 질서 속에서 결코 우연히 탄생한 행성이 아니며, 수평적인 시간의 흐름을 벗어나 수없이 반복되고 중첩되어 온 우주의 거대한 특이점입니다. 이곳은 외계의 수많은 생명체가 각기 다른 종의 모습으로 유전해 오다 오직 찰나와 같은 특정 시공간의 교차점에서만 '인간'이라는 형상을 입고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희귀한 허용의 장입니다. 이러한 기적이 가능했던 것은 지구가 '인'이라는 절대적인 우주의 원인을 바탕으로 설계된 행성이었기 때문이며, 존재의 근원적 씨앗이 인간이라는 꽃을 피워낼 수 있도록 허락된 우주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딛고 선 이 세계는 선형적으로 흐르는 단절된 공간이 아니라, 마치 거대한 맷돌이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듯 정확한 주기에 따라 반복되며 한순간으로 이어지는 영속적인 세계입니다. 시간의 건너편에서 시작된 무수한 지구의 역사 속에서, 인류라는 존재의 경우의 수가 유일하게 허용되고 응축된 인류권의 집결지가 바로 이곳입니다. 맷돌이 한 바퀴를 돌아 제자리로 오듯, 인류는 이 특이점의 순간마다 인간으로서의 삶을 부여받아 자신들의 업보를 증명하고 시험받는 운명적 회귀를 반복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희귀하고 절대적인 기회의 장소에서 인류가 망각한 사실은, 지금 이 순간이 수없이 반복 끝에 찾아온 최후의 특이점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인을 바탕으로 세워진 이 행성에서 사생결단의 사냥질과 상극의 정서로 일관하는 것은, 정확하게 돌아오는 우주의 맷돌 위에 스스로를 파멸의 가루로 던져넣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인류가 처한 현실은 이 맷돌의 회전이 멈추기 전, 인간으로 살 수 있는 이 짧고 유일한 기회의 문을 통해 영원한 외계의 질서로 편입되느냐, 아니면 다시는 인간의 형상을 입을 수 없는 지옥의 심연으로 추락하느냐 하는 준엄한 심판의 한복판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